
🏥“실시간으로 보이지 않던 병상과 데이터가 연결되다”
2020년 3월, 영국 NHS는 코로나19 1차 대유행의 정점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정부와 의료 당국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병상이 모자라는 상황을 뒤늦게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 어느 병원에 여유 병상이 얼마나 있는지
- 인공호흡기와 중환자실(ICU) 가용 현황이 어떠한지
- 지역별 환자 수가 어떤 속도로 변하고 있는지
이 정보들이 각각의 병원·트러스트 시스템에 흩어져 있어, 국가 차원의 단일 그림(single picture)을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바로 이때, 영국 정부와 NHS England는 팔란티어의 Foundry를 기반으로 한 NHS Covid-19 Data Store를 구축하고, 이후에는 Federated Data Platform(FDP) 으로 진화시키는 장기 파트너십을 추진하게 됩니다.
1️⃣ NHS–팔란티어 계약 체결 배경 (2020년 이후)
📌 긴급 계약에서 장기 인프라 계약으로
- 2020년 초
영국 정부는 코로나 대응을 위해 NHS Covid-19 Data Store를 구축한다고 발표했고,
이 데이터 스토어의 기술 파트너 중 하나로 팔란티어를 선정했습니다. - 초기 계약 구조
- 팬데믹이라는 비상 상황을 이유로 한 긴급 계약 방식 적용
- 병상·장비·환자 흐름을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각 NHS 트러스트의 데이터를 Foundry로 통합 - 이후 여러 차례 계약 연장이 이뤄졌고, 2023년 6월까지 연장하는 계약 문서도 공개되었습니다.
- 2023년 11월: Federated Data Platform(FDP) 본 계약
- NHS England는 향후 NHS의 범국가적 데이터 인프라를 담당할 연합 데이터 플랫폼(FDP) 사업자로
팔란티어 컨소시엄(팔란티어·Accenture·PwC 등)을 선정했습니다. - 계약 규모: 7년간 최대 3억 3,000만 파운드(£330m)
- 최대 240개 NHS 조직(병원 트러스트, 통합케어시스템) 에 플랫폼 제공 예정
- NHS England는 향후 NHS의 범국가적 데이터 인프라를 담당할 연합 데이터 플랫폼(FDP) 사업자로
즉, 팬데믹 국면에서 시작된 “임시 데이터 스토어” 협력이,
2023년 이후에는 “영국 공공의료의 공통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장기 파트너십으로 확장된 셈입니다.
2️⃣ COVID-19 팬데믹 대응: 백신·병상·장비를 ‘한 화면’에서 본다는 것
NHS Covid-19 Data Store의 목적은 간단히 말해,
“영국 전역의 병원·공공보건 데이터를 모아
방역·자원 배분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단일 정보 창구(single source of truth)를 만드는 것”
이었습니다.
🏥 병상·장비 관리
NHS 공식 설명에 따르면, 이 데이터 스토어는 다음과 같은 정보를 통합해 분석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 병원별 병상·ICU 가용 현황
- 지역별 입원·중환자·퇴원 추이
- 산소 공급·인공호흡기·기타 장비 수량
- 지역별 감염자·사망자 수 변화
이를 통해 중앙 정부와 NHS는
- 어느 지역 병원이 포화 상태에 가까운지
- 장비·인력을 어떤 지역으로 재배치해야 하는지
- 긴급 야전 병원(Nightingale Hospitals) 설비를 어떻게 운영할지
를 실시간에 가깝게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 백신 배포와 운영 의사결정
영국 내 백신 배포는 여러 시스템이 함께 관여했지만,
NHS Covid-19 Data Store와 이후 데이터 플랫폼은
- 접종 센터 가동률
- 지역별 접종률과 취약 계층 커버리지
- 공급·재고 현황
등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운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 점에서 팔란티어는 “백신 정책을 결정한 주체”가 아니라,
정책 결정자들이 쓰는 데이터 운영 콘솔을 제공한 회사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의료 데이터 통합: 환자 기록·진료 이력·실시간 병원 데이터
🧬 FDP의 목표: “연합(Federated) 데이터 플랫폼”
팔란티어가 수행하는 Federated Data Platform(FDP) 의 핵심 목표는,
각 병원·조직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한 곳에 모두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각 조직이 데이터를 자기 통제 하에 보유하면서도
서로 필요한 수준에서 연결·조회·분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NHS와 팔란티어는 FDP를 통해 다음과 같은 영역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합니다.
- 병상·수술·외래 일정 관리
- 응급실 운영 및 “당일(in-day)”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 흐름 개선
- 암·만성질환·대기 환자 관리
- 백신·의료 자원 배분
기술적으로는
- 각 병원·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 연결
- 표준화된 데이터 모델과 온톨로지로 매핑
- 운영 현황을 대시보드와 워크플로우 형태로 제공
하는 방식으로 구현됩니다.
4️⃣ 프라이버시 보호와 GDPR 준수: ‘누가 무엇을 볼 수 있는가’의 문제
NHS와 영국 정부는 FDP와 관련된 수많은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계약 내용을 공개하고 데이터 보호·GDPR 준수 원칙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 핵심 원칙
NHS가 공식적으로 밝힌 주요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데이터 통제권
- NHS가 데이터의 소유자이자 통제자(controller)
- 팔란티어는 데이터 처리(processor)에 불과하며,
NHS의 지침 없이 데이터에 임의로 접근하거나 사용할 수 없음
- 목적 제한 & 제3자 활용 금지
- 계약에 따라, 팔란티어는
- NHS 데이터로 자사 AI 모델을 학습시키거나
- 다른 고객 사업에 활용할 수 없음
- 연구용·통계용 활용 역시 NHS 승인·규정을 따라야 함
- 계약에 따라, 팔란티어는
- 데이터 익명화·가명처리(pseudonymisation)
- 많은 분석 업무는 개인 식별 정보가 제거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행
- 직접 식별이 필요한 경우(예: 병원 운영, 환자 개별 케어)는
해당 조직·권한 있는 사용자에 한정
- GDPR 및 영국 데이터 보호법 준수
- GDPR 하에서의 합법적 처리 근거(공중보건, 공익 수행 등)에 기반
- 접근 로그·감사(audit) 체계를 통해
누가 언제 어떤 데이터에 접근했는지 기록
물론, 이러한 장치가 있다고 해서 논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최소한 법적·계약 구조 차원에서 팔란티어가 NHS 데이터를 임의로 상업화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은 팩트로 확인됩니다.
5️⃣ 영국 내 논란과 정치적 논쟁: “인프라가 곧 권력이다”
팔란티어–NHS 파트너십은 영국 내에서 상당한 정치·사회적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 주요 비판 포인트
- 긴급 계약 & 입찰 절차 투명성 문제
- 초기 코로나19 데이터 스토어 관련 계약 상당수가 경쟁 입찰 없이 체결되었다는 점에서,
야당·시민단체가 “특정 업체 특혜”를 문제 삼았습니다.
- 초기 코로나19 데이터 스토어 관련 계약 상당수가 경쟁 입찰 없이 체결되었다는 점에서,
- 팔란티어의 미국 정부·국경 단속(ICE) 이력
- 팔란티어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과 협력해 온 이력 때문에,
“이런 회사가 NHS의 핵심 데이터 인프라를 맡아도 되는가”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 팔란티어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과 협력해 온 이력 때문에,
- 의료 데이터의 민감성과 ‘인프라 권력’
- LSE, BMJ 등에서는 팔란티어가
영국 의료 시스템의 데이터 인프라 레이어를 장악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 LSE, BMJ 등에서는 팔란티어가
🗣️ 찬성 측 논리
반대로, 옹호·실용론에 가까운 입장도 존재합니다.
- 팬데믹 당시 팔란티어 소프트웨어가
병상·장비·환자 흐름 관리를 실질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 - NHS가 자체적으로 구축하기에 너무 복잡한 데이터 통합·운영 기능을
단기간에 구현할 수 있었다는 점 - 계약 문서에 데이터 주권·익명화·이용 제한 요건이 명시되어 있으며,
향후 문제가 있다면 정치적·법적 통제 수단이 존재한다는 주장
🧩 “코드와 데이터로 움직이는 공공의료 인프라”
팔란티어–NHS 파트너십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여줍니다.
- 공공의료도 데이터 인프라가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한 시대에 들어섰다.
- 이 인프라를 누가 설계·운영하느냐는 단순 IT 계약을 넘어 정치·윤리 문제가 된다.
- 팔란티어는 NHS에서
- 한편으로는 병상·백신·자원 배분을 가능하게 하는 운영 플랫폼이면서,
- 다른 한편으로는 “빅테크의 의료 인프라 진입”을 상징하는 논쟁의 대상이기도 하다.
결국 이 파트너십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효율성·운영 최적화”와 “프라이버시·민주적 통제” 사이에서
어디에 더 무게를 두느냐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