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파스텔 드 나타(에그타르트)와 포트 와인일 거예요. 그런데 현지인들이 정말 애정을 갖고 즐기는 술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진자(Ginja)! 체리를 알코올에 담가 만든 리큐어인데, 달콤쌉싸름한 맛과 귀여운 초콜릿 잔 덕분에 여행자들에게도 인기 만점이에요.
진자는 처음엔 그저 “체리주”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리스본에서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이 술이 단순한 알코올이 아니라 포르투갈 사람들의 문화, 일상, 그리고 여행자들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특별한 매개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늘은 그 달콤쌉싸름한 매력을 가득 담은 포르투갈 전통주 진자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 진자의 정체: 달콤한 체리 리큐어
진자(Ginja 또는 Ginjinha)는 작은 체리(사워체리라고도 불러요)를 알코올에 담가 오랜 시간 숙성시켜 만든 리큐어예요. 보통 18~22도 정도로, 와인보다 강하고 위스키보다는 훨씬 가볍습니다.
이 술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맛의 균형이에요. 입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체리의 진한 향, 달콤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약간 쌉싸름하게 감도는 여운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술을 잘 못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재미를 줍니다.
무엇보다도 진자는 초콜릿 잔에 마셔야 제맛! 술을 다 마신 뒤 바삭한 초콜릿 잔을 와삭 깨물어 먹으면, 술의 쓴맛과 초콜릿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완벽한 디저트가 됩니다. 이 경험은 현지에서도 “진자를 제대로 즐겼다”는 상징 같은 순간이에요.
🍒 포르투갈 진자(Ginja) 마실 수 있는 추천 장소
리스본과 근교에서 진자를 즐길 수 있는 대표 장소를 소개합니다.
- 알파마(Alfama) 지구: 리스본의 오래된 골목에서 소박하게 즐기는 진자
- A Ginjinha: 1800년대부터 이어온 리스본의 진자 성지
- 카스카이스(Cascais): 해변 휴양지로 대서양 바닷바람과 함께하는 달콤한 낮술
- 오비두스(Óbidos) 마을: 진자의 본고장, 깊고 진한 풍미를 만날 수 있는 곳
🏘 리스본 알파마(Alfama) 지구 – 골목에서 만난 첫 잔
리스본에서 진자를 처음 맛보기 좋은 곳은 단연 알파마(Alfama) 지구입니다.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길, 하얗게 벗겨진 벽, 발코니마다 널린 빨래, 그리고 저녁 무렵이면 흘러나오는 파두(Fado) 음악까지… 이곳은 리스본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입니다.
여기서 만난 진자는 아주 소박했어요. 할머니가 집 앞 작은 테이블에서 직접 담근 술을 초콜릿 잔에 담아 주셨는데, 가격은 1~1.5유로 정도. 술을 한 모금 마시자 체리 향이 코끝을 자극하며 순간적으로 온몸이 따뜻해졌습니다. 이어서 초콜릿 잔을 깨물어 먹는 순간, 달콤쌉싸름한 맛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었죠.
알파마의 진자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골목의 정취와 사람들의 온기까지 함께 담긴 경험이었습니다. 꼭 현지인의 일상 속에 들어간 기분이었어요.
🍷 A Ginjinha – 리스본의 진자 성지
📍 주소: Largo São Domingos 8, 1100-201 Lisboa
진자를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리스본 시내 호시우 광장 근처에 있는 **A 진지냐(A Ginjinha)**는 필수 방문 코스입니다. 1800년대부터 영업을 이어온 가게로, 지금도 현지인과 여행자들이 줄을 서서 한 잔씩 마시고 갑니다.
이곳에서는 ‘com fruta(체리 열매 있음)’와 ‘sem fruta(열매 없음)’ 두 가지 방식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열매가 들어 있는 쪽을 추천해요. 마지막에 체리를 씹어 먹는 순간, 술의 진한 풍미가 입안에서 폭발하거든요.
가게 앞에서 잔을 들고 몇 모금 털어 넣고는 바로 사라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포르투갈 일상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 카스카이스(Cascais) – 바닷바람과 함께하는 달콤한 낮술
리스본에서 기차로 약 40분이면 도착하는 해변 도시 카스카이스(Cascais). 유럽 특유의 여유로운 휴양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인데요, 이곳에서 마신 진자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차량투어에 포함된 곳이었어요)
해변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작은 노점에서 초콜릿 잔에 담긴 진자를 팔고 있습니다. 대서양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진자 한 잔은, 알파마의 소박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시원한 바다 풍경과 술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한낮의 낮술임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는 병 단위로도 많이 팔고, 초콜릿 잔을 세트로 묶어 판매하기도 합니다. 여행 선물용으로 사오기 딱 좋았지만, 무게 때문에 결국 포기했던 게 지금도 아쉽습니다.
🏰 오비두스(Óbidos) – 본고장의 진자 이야기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진자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성곽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 **오비두스(Óbidos)**입니다.
여행 중 투어 가이드가 해준 이야기로는, 오비두스는 진자의 본고장으로 불리며 마을 골목마다 진자를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고 합니다. 대부분 초콜릿 잔에 담아 내는데, 사용하는 체리와 레시피가 조금씩 달라서 골목 투어를 하며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고 해요.
특히 축제 기간에 방문하면, 마을 전체가 진자 향으로 가득 차고 주민들이 손수 담근 술을 함께 나눠 마신다고 합니다.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듣기만 해도 꼭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마음에 새겨두었습니다.
🛍 진자를 즐기는 팁
- 가격: 한 잔 1-2유로, 초콜릿 잔 포함 시 2-3유로.
- 구매: 병 단위로도 가능하지만 여행 중엔 들고 다니기 어려움 → 현지에서 즐기는 걸 추천.
- 추천 코스: 알파마 → 진지냐 → 카스카이스(투어 포함시) → (여유가 된다면 오비두스)
- 타이밍: 현지인들은 점심 후나 저녁 식사 후, 디저트처럼 진자를 즐기곤 합니다.
✨ 마무리하며
포르투갈 여행에서 진자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알파마의 골목에서, 리스본의 진지냐에서, 그리고 카스카이스의 바닷바람과 함께 마신 한 잔이 제 여행의 소소한 행복이 되었죠.
또한 오비두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젠가는 꼭 그 본고장에서 진자를 맛보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습니다. 작은 초콜릿 잔 속 붉은 술은 단순한 알코올이 아니라, 포르투갈의 일상과 문화, 그리고 여행자의 추억을 함께 담아내는 특별한 한 잔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