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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틸과 팔란티어: Zero to One 철학이 만든 독특한 기업 DNA

by havanabrown 2025. 12. 9.

피터 틸과 팔란티어 Zero to One 철학이 만든 독특한 기업 DNA

“경쟁이 아니라 독점, 단기가 아니라 세대(世代) 전략”

 

팔란티어(Palantir)를 이해하려면, 재무제표보다 먼저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의 사고방식을 봐야 한다는 말이 많습니다.


『Zero to One』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공한 회사는 모두 다르다. 각자 독점(monopoly)을 얻었기 때문이다.”

 

팔란티어는 이 철학을 지배구조, 제품 전략, 시장 선택까지 일관되게 밀어붙인 사례에 가깝습니다.

 


1️⃣ 피터 틸의 리더십 스타일: 장기·독점·역발상

1-1. “경쟁은 패자를 만든다”

『Zero to One』에서 틸은 “경쟁은 패자를 위한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는 많은 스타트업이 “시장 점유율 몇 %”를 놓고 싸우는 순간, 이미 게임에서 지고 있다고 봅니다. 대신 10배 이상 뛰어난 제품으로 작은 니치(niche)를 독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팔란티어의 전략은 이 관점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 수십억 사용자를 노리는 범용 플랫폼 대신
    정보기관·국방·에너지·중후장대 제조 같은 “진입장벽이 극단적으로 높은 시장”을 택함
  • 표준화된 SaaS가 아니라, 고객별로 깊게 파고드는 맞춤형 데이터 운영체제를 추구
  • 단기 매출보다, 한번 들어가면 쉽게 못 바꾸는 사실상의 독점적 인프라를 지향

 

1-2. “장기적 관점”을 제도화하려는 창업자

틸은 PayPal 이후 벤처캐피털 Founders Fund를 만들며
“당장 숫자가 안 예뻐도, 문명을 바꿀 회사에 크게 베팅한다”는 태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Founders Fund는 팔란티어의 첫 기관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이 철학은 팔란티어의 행보에서 반복됩니다.

  •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국방·정보기관용 플랫폼 개발에 집중
  • 단기 상장차익을 노리기보다, 2020년에서야 직상장(DPO)을 택해 독특한 지배구조를 유지
  • 주주 구성보다 창업자·핵심 경영진의 영향력 유지를 중시

 


2️⃣ Zero to One 철학의 구현: 독점적 기술·네트워크 효과·스케일링

2-1. “운영 시스템”을 지향하는 데이터 플랫폼

팔란티어는 스스로를 “데이터 분석 툴 회사”라기보다,
정부·기업의 핵심 업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라고 규정합니다. S-1에서도 “우리의 고객은 위기 상황에서도 반드시 작동해야 하는 핵심 기관들”이라고 못 박습니다.

이 접근법은 Zero to One식 독점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 단순 리포팅이 아니라
    정보수집 → 분석 → 의사결정 → 실행까지 업무 프로세스를 소프트웨어 안에 녹임
  • 고객의 데이터를 온톨로지(ontology)라는 구조로 재정의해
    조직 전체를 디지털 트윈처럼 모델링
  • 한번 이 구조가 자리 잡으면,
    다른 솔루션으로 갈아타기 위해선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통째로 바꾸어야 하는 수준의 전환 비용이 생김

즉, 팔란티어가 말하는 “독점”은 데이터 포맷이 아니라 업무 운영 방식에 대한 락인(lock-in)에 가깝습니다.

 

2-2. 네트워크 효과와 스케일링

팔란티어의 플랫폼은 고객마다 별도로 구축되지만,
공통된 온톨로지·액션 프레임워크 위에서 돌아갑니다.

  • 다양한 기관에서 축적된 모델링 패턴분석 모듈은 재사용·변형 가능
  • 특히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 이후에는
    같은 LLM·AI 모듈이 여러 기관에서 재활용되며 규모의 경제가 더욱 강화

Zero to One이 강조하는 “스케일링 가능하면서도, 남이 복제하기 어려운 구조”가 상대적으로 잘 구현된 영역입니다.

 


3️⃣ 듀얼 클래스 + Class F: 철학을 지배구조에 새기다

3-1. 다중 의결권 구조

팔란티어는 상장과 동시에 Class A, Class B, Class F 세 가지 종류의 보통주를 도입했습니다.

  • Class A: 1주당 1의결권 – 일반 투자자용
  • Class B: 1주당 10의결권 – 초기 투자자·임원 일부 보유
  • Class F: 가변 의결권 – 창업자 3인(피터 틸, 알렉스 카프, 스티븐 코헨)의 투표권을 집중시키는 특수 주식

Class F는 ‘Founder Voting Trust’라는 신탁에 들어가 있으며,
회사 전체 의결권의 최대 49.999999%까지 창업자들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즉, 경제적 지분율은 낮아져도, 전략적 거부권에 가까운 영향력을 장기간 유지하도록 한 구조입니다.

 

3-2. “우리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팔란티어는 S-1에서 이 구조의 목적을 비교적 솔직하게 밝힙니다.

  • 창업자 통제 구조를 상장 후에도 유지
  • 단기 실적보다 장기 목표와 위험 감수에 집중
  • 적대적 인수·합병으로부터 회사를 보호

이 구조는 TechCrunch 등에서 “팔란티어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비판을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틸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Zero to One』에서 주장하듯 “위대한 회사는 창업자의 강한 비전 아래 장기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믿음을 제도화한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

 


4️⃣ 피터 틸의 정치적 성향이 기업에 미친 영향

4-1. 보수·자유지상주의 성향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에서 드물게 공화당·보수 진영에 거액을 후원해 온 인물입니다.

  •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고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
  • 이후 여러 공화당 후보와 보수 성향 단체에 대규모 후원
  • 2023년에는 2024년 대선 레이스에선 한동안 후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2025년 다시 공화당 하원 선거자금에 기부했다는 보도도 있음

이런 정치적 스탠스는 팔란티어의 사업 방향과도 일정 부분 맞물립니다.

  • 국방·정보·치안·이민 집행 등 국가안보 영역 중심 매출 구조
  • S-1에서 중국 공산당과는 일하지 않겠다고 못 박는 대목
  • “서방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기술 인프라”라는 자기 규정

 

4-2. 카프와의 긴장과 균형

재미있는 점은, CEO 알렉스 카프가 자신을 “진보적이지만, 반(反)국방 정서에는 반대하는 진보”라고 규정한다는 점입니다.

  • 카프는 힐러리 클린턴(2016), 카멀라 해리스(2024)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틸과는 정반대 정치 스펙트럼에 위치
  • 동시에 NATO·미국 국방동맹의 강화를 적극 옹호하고, 실리콘밸리의 반(反)군산복합체 정서에 공개적으로 반발해 왔습니다.

결과적으로 팔란티어는

“보수적 안보관을 가진 창업자(틸) + 진보적이지만 강한 국방론자인 CEO(카프)”

 

라는 독특한 조합 속에서, “친(親)서방·친국방”이라는 방향성은 공유하되, 구체적 정치 노선에서는 일정 거리를 두려는 기업 문화를 형성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Founders Fund와 실리콘밸리 네트워크

피터 틸이 이끄는 Founders Fund는 SpaceX, Anduril, Palantir 등
‘하드테크·국방 테크’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대표적인 VC입니다.

  • Founders Fund는 팔란티어의 초기 기관 투자자이자,
    이후 방산·국방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는 자본 허브 역할을 수행
  • 이 네트워크를 통해 팔란티어는
    미국 국방·정보 커뮤니티와 실리콘밸리 방위산업 생태계의 중심축 중 하나로 자리 잡음

Zero to One이 강조하는 “역발상 + 장기 독점 전략”이
단일 기업을 넘어 하나의 투자·산업 전략으로 확장된 셈입니다.

 


철학이 만든 회사, 철학이 만든 리스크

피터 틸의 철학은 팔란티어의 기업 DNA에 다음 세 가지 축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1. 독점志向 전략
    • 범용 SaaS 대신, 국방·정보기관·핵심 인프라 같은 좁지만 깊은 시장을 파고듦
    • 온톨로지·업무 프로세스를 장악해 높은 전환 비용과 네트워크 효과 확보
  2. 창업자 중심 지배구조
    • Class F를 포함한 다중 의결권 구조로
      창업자 3인이 최대 49.999999%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 설계
    • Zero to One이 말하는 “일관된 비전과 장기 전략”을 지키기 위한 장치이지만,
      동시에 소액 주주의 거버넌스 우려도 낳는 양날의 검
  3. 정치·이념과 결합된 안보 중심 세계관
    • 틸의 보수·자유지상주의적 성향과 카프의 “친국방 진보”가 결합된,
      친서방·친국방·반중(中) 독재라는 방향성
    • 이로 인해, “민주주의 인프라를 보호하는 기술 기업”이라는 평가와
      “과도한 권력이 집중된 감시 인프라”라는 비판이 동시에 존재

팔란티어를 어떻게 평가하든,
이 회사가 단순한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이 아니라,
한 명의 창업자가 자신의 철학을 끝까지 관철해 만든 구조적 실험
이라는 점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