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민계급1 플랑드르 미술: 자본의 탄생, 도시와 시장이 예술을 움직이다 얼마 전 벨기에 브뤼헤를 여행했을 때 일이다. 그론닝게 미술관에서 얀 반 에이크의 작품을 보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15세기 그림인데 세부 묘사가 현대 사진보다 더 정밀했다. 성모 마리아가 읽고 있는 성경책의 글자 하나하나까지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도대체 왜 이 시대, 이 지역에서 이런 집착에 가까운 세밀함이 나타났을까? 세계 경제의 중심에서 꽃핀 예술15세기 플랑드르는 오늘날 벨기에, 네덜란드 일대를 가리킨다. 당시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었다. 브뤼헤, 헨트, 안트베르펜 같은 도시들은 북유럽 무역의 중심지였고, 이탈리아 상인들과 한자동맹 상인들이 만나는 교차점이었다.재미있는 건 이 부가 교회나 왕실이 아닌 상인들의 손에 있었다는 점이다. 양모 무역으로 떼돈을 번 상인들, 은행업.. 2025. 4.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