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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드르 미술: 북유럽 르네상스와 시민 계급의 등장을 그리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렘브란트의 을 보고 있을 때였다. 가이드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그림의 주인공들은 왕족도 귀족도 아닙니다. 그냥 동네 자경단원들이에요. 그런데 이들이 거금을 모아 당대 최고의 화가에게 초상화를 의뢰한 거죠."그 순간 깨달았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진짜 주인공은 평범한 시민들이었다는 걸. 이탈리아와는 다른 길이탈리아 르네상스가 고대 그리스·로마의 부활이었다면, 북유럽 르네상스는 현실의 발견이었다. 플랑드르 화가들은 신화 속 비너스보다 빵집 주인의 아내를 그렸고, 올림포스 산보다 안개 낀 저지대의 풍경을 택했다.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답은 간단하다. 플랑드르에는 고대 유적이 없었다. 발굴할 조각상도, 모방할 신전도 없었다. 대신 그들에게는 번화한 시장과 활기찬 길드, .. 2025. 8. 10.
플랑드르 미술: 자본의 탄생, 도시와 시장이 예술을 움직이다 얼마 전 벨기에 브뤼헤를 여행했을 때 일이다. 그론닝게 미술관에서 얀 반 에이크의 작품을 보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15세기 그림인데 세부 묘사가 현대 사진보다 더 정밀했다. 성모 마리아가 읽고 있는 성경책의 글자 하나하나까지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도대체 왜 이 시대, 이 지역에서 이런 집착에 가까운 세밀함이 나타났을까? 세계 경제의 중심에서 꽃핀 예술15세기 플랑드르는 오늘날 벨기에, 네덜란드 일대를 가리킨다. 당시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었다. 브뤼헤, 헨트, 안트베르펜 같은 도시들은 북유럽 무역의 중심지였고, 이탈리아 상인들과 한자동맹 상인들이 만나는 교차점이었다.재미있는 건 이 부가 교회나 왕실이 아닌 상인들의 손에 있었다는 점이다. 양모 무역으로 떼돈을 번 상인들, 은행업.. 2025. 4. 21.